대한미래저널

김정우 칼럼(10) 인공지능의 자유의지

선택하는 기계보다, 선택의 방향을 설계하는 인간의 시대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6/08/08 [19:50]

김정우 칼럼(10) 인공지능의 자유의지

선택하는 기계보다, 선택의 방향을 설계하는 인간의 시대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6/08/08 [19:50]

인공지능이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일정 관리와 자료 분석은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 문서 작성, 정보 검색, 업무 자동화까지 AI가 여러 도구를 연결해 하나의 목표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따라 AI를 둘러싼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생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AI의 자율성은 ‘자유의지’와 같은 것인가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우리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는다.

 

AI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 안에서 상당히 폭넓은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 계획을 세우며,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략을 수정한다. 하나의 방법이 실패하면 다른 경로를 탐색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의 단순한 프로그램과는 다른 ‘기능적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AI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 목표 자체가 왜 중요한지 결정하는 문제는 별개의 차원이다. AI가 수천 개의 경로를 계산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위해 그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AI가 스스로 책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AI가 아무리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그 선택의 방향과 목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인간의 자유는 ‘선택지의 숫자’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유를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더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왜 그것을 선택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다.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많은 가능성을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모든 선택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 가운데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일 것이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인가.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가.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가. AI가 수많은 경로를 탐색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 경로가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자유와 책임은 더욱 중요해진다.

 

“생명을 선택하라”는 오래된 질문

 

성경은 인간의 선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화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선택하고”(신명기 30장 19절).

 

이 말씀은 종교적 신앙의 언어를 넘어 오늘날의 기술문명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때 어떤 선택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가. 어떤 선택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가. 어떤 선택이 공동체의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가.

 

AI 시대의 자유도 결국 이러한 질문과 연결될 수 있다. 자유는 단순히 선택지가 많아지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을 때 자유는 비로소 성숙한다.

 

AI가 인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확장할 수도 있다

 

AI의 발전을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판단 능력을 약화하는 기술로만 볼 필요도 없다. AI가 반복적인 업무와 복잡한 계산, 방대한 자료의 분석을 대신할수록 인간은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왜 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시간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행동 능력을 확장한다면, 인간은 그만큼 가치 판단의 능력과 책임 의식을 더 높여야 한다. 기계가 더 많은 일을 할수록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할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선택하는 기계보다 ‘선택의 방향’을 정하는 인간

 

AI 시대의 핵심은 AI에게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정하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인간은 AI라는 강력한 선택 능력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AI가 행동의 범위를 넓혀 준다면 인간은 선택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AI가 효율적인 답을 제시할수록 인간은 그 답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장기적으로 사회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더 좋은 AI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더 좋은 목적을 설정할 수 있는 인간과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AI가 더 많이 행동할수록 인간은 더 깊이 선택해야 한다

 

미래의 자유는 인간 혼자 모든 일을 결정하는 자유가 아닐 것이다. AI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목적과 의미, 가치와 책임의 중심을 인간이 놓치지 않는 자유가 미래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AI가 더 많이 행동할수록 인간은 더 깊이 선택해야 한다. AI가 더 빠르게 판단할수록 인간은 더 신중하게 질문해야 한다. AI가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할수록 인간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생명과 존엄, 공동선을 향할 때 기술의 자율성과 인간의 자유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협력 관계가 될 수 있다.

 

결국 미래의 주인공은 스스로 선택하는 기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인간. AI 시대의 진정한 자유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 김정우 AISMP 대표    

김정우 AISMP 대표이사

육군 정보통신 소령 예편 | 정보통신공학 박사 수료 | AI·디지털전환 전문 연구자 | E-mail: ceo@aismp.kr | 홈페이지: aismp.kr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