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팹’보다 인프라가 먼저다팹(Fab) 완공 시점만 앞당긴다고 반도체 산단이 가동되지는 않아
전력·용수·교통(도로·철도) 공급망의 조기 구축이 생패 좌우 파편화된 행정 절차를 넘어, 팹 가동 시점에 맞춘 통합적 국가 실행력 시급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이 국가적 사안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화려한 팹(Fab) 건설 계획보다 더 직시해야 할 핵심은 이를 움직일 ‘기반 시설’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27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국정 설명회에서 정부에 전력·용수 공급망 조기 구축과 도로·철도망 확충을 건의했다. 단순한 지자체 현안 요구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과 직결된 날카로운 지적이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시간’을 벌기 위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일반산단의 팹 완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생산 시설 준공 시계만 당긴다고 공장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팹 가동을 위한 필수 인프라 규모로는 전력이 국가산단 6기 팹 기준 약 10GW 필요하고, 용수는 하루 76만 4000톤 필요하며, 국도 45호선 확장, 반도체 고속도로, 경기남부광역철도 등 물류·인력 수송망이 필수로 꼽힌다.
전력과 용수 공급망이 팹 건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조기 가동 계획은 물품 없는 마트처럼 허울에 그친다. 출퇴근 인력과 물류 차량이 도로에 갇히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역시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광역 교통망은 단순한 이동 편의가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의 혈관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각 인프라 사업이 서로 다른 행정 절차와 규제에 따라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팹은 완성됐는데 전력망이 늦거나, 도로는 뚫렸는데 철도가 뒤처지는 불균형이 발생하면 국가 산업 전략 전체에 균열이 생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의 실적 나열이 아니다. ‘팹 실제 가동 시점’을 기준점 삼아 전력·용수·교통·주거 등 모든 인프라의 완공 일정을 하나로 맞추는 통합 국가 실행계획이다.
중앙정부는 이제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계획한 시점에 실제 작동할 수 있는가’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전기가 통하고 물이 흐르며 물자와 사람이 제때 오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반도체 공장은 가동된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진짜 속도전은 바로 이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된다.
발행인 이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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