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로 칼럼(48) 주민은 테니스를 치고 싶었을 뿐인데, 행정은 왜 멈춰 있었나수지체육공원 테니스장 지붕 설치, 행정의 칸막이를 넘어 주민 체감으로 이어져야
풍덕초등학교 인근에 자리한 수지체육공원은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생활체육 공간이다. 농구장과 테니스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축구장 주변에는 걷기와 빨리 걷기를 할 수 있는 트랙도 마련돼 있다. 게이트볼장 옆 정자에서 이어지는 숲길은 가볍게 산책하거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 역할도 한다.
이처럼 수지체육공원은 단순한 운동시설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과 여가를 책임지는 생활공간이다. 그런 만큼 실외 테니스장에 지붕을 설치해 날씨와 계절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 역시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수지 지역 테니스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실외 테니스장 지붕 설치가 이제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비가 오면 코트를 비워야 하고, 폭염과 한파가 이어지면 이용 자체가 어려웠던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사업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주민들이 원한 것은 거창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테니스장 지붕 하나였는데, 왜 이 사업은 이렇게 복잡하고 오랜 과정을 거쳐야 했을까.
행정의 경계가 주민 생활의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업이 지연된 배경에는 경기도와 용인시 간 재산 관리와 행정절차 문제가 있었다. 수지체육공원이 경기도 재산인 상황에서 용인시가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사전 동의 없이 시설물을 설치했고, 이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 신규 시설물 설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행정기관이 관련 절차와 법규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공유재산을 관리하고 시설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동의와 심의를 거치는 것 역시 행정의 기본이다.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 행정기관의 경계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해당 시설이 어느 기관의 재산인지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느냐다.
결국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행정의 부담은 사업 지연이라는 형태로 주민에게 돌아왔다. 이번 사례가 던지는 가장 큰 교훈도 여기에 있다. 행정의 칸막이가 주민 생활의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계획’이 아니라 ‘완성’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경기도와 용인시, 경기도의회 간 협의가 이어졌고 지난 7월 경기도의회가 수지체육공원 내 기존 시설물의 사후 승인과 실외 테니스장 지붕 신규 설치에 대한 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업 추진의 중요한 걸림돌이 해소됐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약 20억 원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확보와 후속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 이제부터는 속도도 중요하다. 그동안 주민들이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더 이상 불필요한 절차 지연이나 기관 간 협의 부족으로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의 성과를 특정 기관이나 정치인의 공으로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누가 사업을 추진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지붕이 설치된 테니스장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행정의 교훈’으로 남겨야
이번 사례는 앞으로 생활체육시설을 비롯한 각종 주민 숙원사업을 추진할 때 무엇을 먼저 살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사업 계획 단계부터 부지의 소유와 관리 주체를 확인하고, 필요한 동의와 행정절차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관계 기관 간 협의 역시 사업이 시작된 뒤가 아니라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주민들의 요구가 아무리 타당해도 행정절차가 뒤늦게 문제로 떠오르면 사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 반대로 행정이 한발 먼저 움직이고 기관 간 벽을 낮춘다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수지체육공원은 운동하고 걷고 쉬는 주민들의 일상 속 공간이다. 그렇기에 이곳의 시설 하나하나를 개선하는 일은 곧 주민들의 일상을 개선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주민은 테니스를 치고 싶었을 뿐이다. 비가 오면 운동을 포기하고, 폭염과 한파를 피해 코트를 떠나는 일상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발표가 아니다. 비가 와도, 폭염이 와도, 한파가 와도 실제로 운동할 수 있는 테니스장이다.
행정의 성과는 계획서가 아니라 완성된 시설로 증명해야 한다. 수지체육공원 테니스장 지붕 설치 사업이 주민 숙원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요구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생활 속 변화로 연결하는 행정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발행인 이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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